586세대, 그들은 권력의 어디쯤 있나?

     

지금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의 정점에 주로 50대가 포진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80년대 운동권 출신 50대라고 단언하는 것은 완전히 엉터리 정치수사라는 것이다. 라이트 밀스의 개념을 빌린다면 80년대 운동권 출신 50대들은 여전히 한국 파워 엘리트의 이질적인 비주류에 불과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불평등의 단층선, 계급이냐 세대냐

지난 번 글에서는 내 자신도 과거에 잘 보지 못했던 불평등 격차를 되짚어 보았다. 단선적으로 1:99 구조만 보고 재벌 개혁만 집요하게 판다고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넓은 20:80도 동시에 존재하며, 중상류층 20%의 프라임 사회와 80%의 서브 프라임 사회 사이의 뛰어오르기 힘든 사회적 거리가 점점 더 고정화되고 있었다. 특히, 20% 프라임 사회 안에서는 들끓는 전쟁이 일어나는 와중에서, 한편에서는 20% 밖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한 자원의 총력 동원으로 유리 바닥을 깔면서, 다른 편으로는 그 위의 10%, 5%, 1%, 0.1%같은 식으로 무한 반복되는 프랙털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기 위한 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불평등이라는 단층선들이 겹겹이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많은 이들이 문제 제기해 온 세대 간 단층선은 없는가? 나는 있다고 확신하는 편이다. 이점에서도 계급이냐 세대냐 하는 흑백 논리가 지금의 현실에 대해 그 어떤 실천적 설명을 못해준다고 생각한다.

우선 개인적인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나는 60년대에 태어났고,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지금 50대 남성이다. 그리 본다면 빼도 박도 못하게 전형적인 586세대의 일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 시대가 새겨놓은 경험과 인식의 경계를 온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개인적으로 586세대로 분류된다는 것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최근의 생각을 검토해보겠다.


동년배 세대의 1%도 안 되는 80년대 운동권의 운명

어느새 한국사회에서 세대 갈등은 자동적으로 586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으로 치환된다. 586세대는 또한 자동으로 80년대 운동권 집단으로 치환된다. 신기하게도 이 구도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반응도 극단이다. 한쪽은, 80년대 운동권 집단이 50대가 되면서 권력을 잡더니 “그들의 ‘저항 네트워크’가 권력을 확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이익 네트워크'로 전환”되었고, 그 결과 진보 외피를 쓰고 권력을 향유하는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반대편에서는, ‘이익 네트워크’로 편입된 부류는 극히 소수라면서 다수는 여전히 서민의 편에서 저항 정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노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내가 보기에 양쪽 다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면책하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제대로 질문하고 싶은 대목이 하나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자원의 배분 권한을 행사하는 진정한 지배 권력 집단은 누구인가? 일부 80년대 운동권 집단이 50대가 되어 집권당과 정부 실세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지금 한국 지배력의 주류가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이른바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에 가담하여 가치관을 공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온 집단을 좁은 의미에서 586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들은 현재 권력지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 사실 80년대 대학 진학률이 대략 20%를 조금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학생 운동 경험자 기준으로 지금 586세대라고 불리는 집단의 최대 모수는 해당 연령대의 20%가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모든 대학에서 학생 운동이 활발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학생 운동 참여 대학을 아무리 넓게 잡아도 다시 50%를 줄이면 10%로 떨어진다. 그리고 학생 운동이 활발했던 학교라고 해도 당시 학생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그 가치관과 인맥을 어떤 식으로든지 지금까지 이어온 사람들은 넓게 잡아도 해당 대학생의 10%를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1% 정도다.

물론 미리 확실히 해둘 것이 있다. 80년대 운동권 집단은 이미 그 시절에도 ‘학력’이라는 단순한 지표만으로도 일정하게 특권화 된 20% 안에 들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당시 학력은 매우 중요한 계층 사다리 역할을 했으므로 이들의 다수가 50대가 된 현재 20% 안에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나를 포함하여. 이렇게 80년대 운동권 집단 1%는 동년배의 다른 99%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관이나 사고 패턴의 동질성이 높고, 상호 인맥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1%조차도 그 공통성 못지않게 졸업 후에 다양하게 사회에 분산되어 갔다. 그리고 많은 586들이 억울해하듯이 정치권으로 가서 작은 권력이라도 행사하는 이는 다시 정말 소수다. 이제 0.01%만 남아 집권 여당의 중진 정치인들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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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46814 - Own work, CC BY-SA 3.0, Link


한국 파워 엘리트의 이질적 비주류 586세대

한편, 80년대 20대였고 이미 부를 축적한 집안들은 전혀 무관한 경로로 권력의 사다리로 올라갔다. 삼성, SK, LG의 3세들도 모두 연령대로 보면 586세대가 아닌가?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90년대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로 지금은 대기업의 일원이 된 오너들도 마찬가지로 민주화 운동의 586세대집단과 무관하게 경제 권력을 쥐게 된 이들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법조, 의료, 언론, 행정, 대학 등의 사회 행정 권력을 현재 장악하고 있는 50대들은, (소수 80년대 운동권들도 이 대열에 끼어들기는 했지만) 대부분 운동권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엘리트 50대들이다. 결국 촛불 혁명에 의지해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정말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을 모두 교체하여 명실상부한 자신들의 정부를 운영하고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의연히 한국 사회 권력 실세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계속 건재했던 거대한 보수 세력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80년대 운동권과 아무런 가치적, 인적, 사회적 연결망도 없다.

결론적으로, 80년대 운동권 집단으로 50대가 된 이들은 한국의 경제 권력을 쥔 적이 없다. 행정 관료 권력을 쥔 적도 없다. 언론, 대학, 검찰, 법조 등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완벽히 비주류다. 그런데도 이철승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마치 80년대 운동권 세력들이 그 이후 시민 권력을 토대로 정치 권력과 시장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고 단언하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드러난 문제(부동산 편중, 소득 불평등,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80년대 운동권 출신 586세대에게 묻고 있다. 난센스다. 지금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의 정점에 주로 50대가 포진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80년대 운동권 출신 50대라고 단언하는 것은 완전히 엉터리 정치수사라는 것이다. 라이트 밀스의 개념을 빌린다면 80년대 운동권 출신 50대들은 여전히 한국 파워 엘리트의 이질적인 비주류에 불과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당연하게도 이런 식의 진단이 문재인 정부와 거기에 참여한 80년대 운동권의 책임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공식적 최고 권력을 주었으면 그들은 그것을 지렛대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사회의 모든 면에서 권력 교체를 착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한국 사회 특성상 문자 그대로 피 튀기는 계급 전쟁이 될 것이 뻔하고, 그래서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문재인 정부마저도 그런 험한 전쟁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지배 세력과 많은 경우 타협했고, 집권 중반기를 돌면서 느닷없이 그 중 일부 세력인 검찰과의 전쟁을 한다고 필사적인 결기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믿음을 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작 586세대가 비판받을 대목은?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80년대 운동권 출신 50대에게 모두 들씌우려는 주장들은, 이들을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영역밖에 차지하지 못한) 권력 지도 안에서 영원히 추방하려는 것이라고 의심받을 만하다. 더 결정적으로 이들을 추방하면, 그 빈자리에 다음 세대 청년들이 들어오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원래부터 그 자리를 꿰찬 기득권들이 586세대를 몰아낸 자리를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면에서 보수 세력은 지금 청년들을 앞세우며 586세대를 공격하면서 그림자 속에 숨어 자신들이 잃어버린 일부의 권력마저 온전히 되찾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면 80년대 운동권 집단이 포함된 80년대 20대를 통과한 세대 전체, 현재의 50대와 청년세대 사이의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일 연령대 안에서의 중층적인 불평등과 다른, 연령대 사이의 불평등 역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존 보수 세력이 이 대목에 눈감는 것은 그들 생태로 보아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평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 해왔던 80년대 운동권 집단 출신의 50대도 많은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문제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50대 일원인 것이 틀림없다면 그들도 책임에서 면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지금까지 이 대목에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욕먹어도 싸다. 좀 더 자세한 것은 다음으로 넘긴다.

김병권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