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자리가 유망한지 말해주지 않는 책 한권, <일자리의 미래>

     
여름휴가 시즌에 권하는 책 ①


열심히 노력하면 필요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는 깨졌다

올여름 휴가시즌에 권하는 책 7권을 뽑아보았다. 2020년을 앞두고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사회변화 키워드를 알려줄 만한 책 가운데 올해 출간되거나 번역된 책들이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일자리’다. 보스턴 대학 저널리즘 교수가 2018년에 썼고 올해 번역된 책 『일자리의 미래(원저는 The Job)』다.

사실 2008년 글로벌 이슈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안은 불평등과 함께 실업문제가 아닐까 싶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고 성과지표는 일자리 개수다.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국경선에 장벽을 세우고 중국과 첨예한 무역 분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미국시민에게 내세우는 강력한 명분 역시 일자리다. 전 세계에서 2010년 이후 청년문제가 사회의 중심의제로 부각되었던 배경에도 취업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일자리나 취업 관련 출판물들은 서점에 넘쳐난다. 특히 4차 산업 시대에 유망한 일자리 소개 서적의 범람은 온갖 미래 사회에 대한 추측을 덧붙여서 가관이다. 수많은 일자리 소개들이 수많은 개인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대안으로 간주될만한 것은 없다.

사실 지난 10년간 일자리가 전 세계 국가들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는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제대로 이 사안을 풀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것 때문이리라. “열심히 일한다면 당신이 원하거나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대전제는 깨졌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 경제 환경과 제도적 여건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책 담당자나 학자들, 특히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 결과 과거 방식의 대안이나 과거식 레토릭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고지식하게 변화된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와중에도 기업가들은 민감하게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고 일반인들은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 쿡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 화두를 잡는다.)


스킬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 문제

일자리에 관한 숱한 단행본들과 차별화되는 이 책의 핵심 주장 중의 하나는, 시장경제가 요구하는 교육이나 스킬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 겨우 얻은 교육과 자격증, 스킬이 너무 과잉이어서 오히려 일자리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이며,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리더나 고용주가 원하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객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훈련과정에서 나오는 과학자들의 숫자가 학교, 정부, 민간 부문의 모든 직책과 직위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자격증의 범람은 단지 학력주의라는 통화의 가치 없는 인플레이션이며, 그것을 통과해 전진하라는 것은 오직 소수에게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그 무엇을 다수에게 강요하는 기만적인 제안이다.”

“확실한 것은 좋은 일자리보다 좋은 인재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라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스킬 갭 뒤에 숨어있는 진실을 보자. 크고 작은 기업들은 재능 있는 사람들의 공급 과잉을 조성해 특정 일자리에 대한 극심한 경쟁을 부추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특정 직업군에 너무나 많은 수의 사람들을 훈련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직업군 시장에서 과잉공급이 유발되어 임금이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서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자면서 비즈니스 리더들이 주장하는 기업 맞춤형 인재양성론을 핀란드 사례를 들어 전면 부인한다. 그러면서 한 핀란드 졸업생의 주장을 인용한다. “우리의 목표는 학생들을 어떤 특정한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확실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그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하나의 특정한 고용정책을 제안하지는 않는다. 그는 핀란드 교육시스템에서부터 최근 유행하는 메이커 현상에 이르기까지, 노동시간 줄이기에서부터 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는 개혁 정책 의제들을 거의 나열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리고 이점이 일부 독자들을 다소 실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려 있는 그의 관점은 사실 확고하다. “일은 근본적인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시장의 변덕에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 혁신의 행복한 부작용으로 간단히 처리해버릴 수도 없다.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에는 애당초 ‘낙수효과’라는 해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만 430여 쪽에 달해 읽기 만만치 않지만 그 두께만큼 일자리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 책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적으로 고민되었던 일자리 관련한 거의 모든 주장들을 점검해볼 수 있다.  

김병권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