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정말 사회적으로 쓸모가 있을까?, <블록체인 해설서>

     

도대체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오하기에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개인 정보보호가 가능하며 서류 제출도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전자적인 정보 공유를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일까?
환상의 혁신기술인가, 환상적인 허구인가?

올여름 휴가시즌에 권하는 책 7권을 뽑아보았다. 2020년을 앞두고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사회변화 키워드를 알려줄 만한 책 가운데 올해 출간되거나 번역된 책들이다. 첫 번째 책 『일자리의 미래(원저는 The Job)』, 두 번째 책 『우버혁명(원저는 Uberland)』에 이어 세 번째 책은 『블록체인 해설서』이다. 이 책은 국내 저자가 2019년에 쓴 책인데, 그의 전작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탐욕이 삼켜버린 기술』과 함께, 모든 해외 저자들의 책들을 포함하여 서점에 널려있는 블록체인 관련 서적 가운데 단연 압권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사회적 영향 관련해서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었다. 우버가 세상에 나온 시간대와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그 기술기반인 블록체인만큼 그 실체와 사회적 유용성에 대해 극단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 포럼에서는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GDP의 10퍼센트가 블록체인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관련 어느 서적의 홍보문구 가운데 하나다. 2025년이면 5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현재 글로벌 GDP가 87조 달러쯤 되니 지금 기준으로 10퍼센트라고 쳐도 8조 7천억 달러다. 대략 세계 경제규모 3위 일본과 4위 독일의 전체 GDP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만약에 불과 5년 안에 이렇게 놀랍게 성장을 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국가적으로 역량을 총 동원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하고, 모든 이공계 학생들에게 교양 필수로 익히게 해야 할 기술이 아닐까?

그러나 저자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은 별 가치가 없음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을 중앙화된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변형시키는 기형적 형태의 블록체인은 여전히 그 실험을 이어나가겠지만, 하이퍼레저를 비롯한 여타 프로젝트들의 전망도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보다 암호 화폐의 광풍에 기댄 한탕주의만 기여했을 뿐, 그 어떠한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마디로 블록체인은 그 부산물인 암호 화폐의 투기적 광풍 때문에 유명해진 것일 뿐, 그 기술을 가지고 인터넷을 대체할 어마어마한 혁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라는 소리다. 도대체 어떤 진술이 올바른 것인가?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실제로 활용되는 걸 본 사람?

올해 연 초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제도의 미비점 때문에 옥석이 구분되지 않고 걱정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옥석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줘야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면서 위·변조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으로 문서화하는 시범사업을 한다고 한다. 아울러 블록체인에 올라온 토지대장을 열람할 권리를 은행에 주면 서류 제출 없이 심사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사용 후 배터리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사업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부가가치세 환급을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단다.(경향신문 2019.2.4일자)  

한편 최근에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를 만든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발언을 쏟아냈다. “블록체인 특구 부산에서는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관광, 금융,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예정입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하게 되면, 블록체인 활용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게 될 것입니다. 기존의 지역 금융 인프라와 연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코인데스크 2019.7.24.일자)

도대체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오하기에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개인 정보보호가 가능하며 서류 제출도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전자적인 정보 공유를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일까? 이렇게 훌륭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나온 지 10년이나 지났는데, 지금껏 ‘시범사업’, ‘실험’, ‘실증 단계’라는 꼬리표 없이 정말 제대로 현실에서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실제 사례’가 단 한 군데도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나 기술이 심오하고 난해하기에 10년 내내 시범사업과 실험만 하고 있을까?(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그 자체로 아무런 화폐기능도 하지 못한 채 증권처럼 투기거래만 이뤄지고 있으므로 사회적 유용성에서는 평가할 가치가 없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정보 저장의 극단적인 비효율과 느린 속도를 감수하고 얻으려는 것은?

이번에 권하는 책 『블록체인 해설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분명하고 명확한 진단과 평가, 전망을 내놓는다. 블록체인은 중앙권력이나 제3자들을 배제하고 누구나 자유롭고 동등하게 참여하는 네트워크만으로 정보와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구현된 기술은 사실 별 것이 없다. 중복해서 사용하는 해시 암호화를 통해서 ‘머클트리’라고 하는 40여 년 전에 개발된 자료 구조로 정보를 저장하는데 이를 블록이라고 하는 것이다. 새로운 블록은 ‘작업증명’이라고 하는 (역시 해시 값에 해당하는) 암호 찾기 경쟁을 통해 만들어지게 되고 기존 블록에 체인처럼 연결된다. 체인으로 연결된 데이터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복’해서 저장 관리하게 된다. 대체로 이것이 전부다. 어떤 신비한 것도 어떤 난해한 기술도, 어떤 이론적인 뒷받침을 받을 것도 없다.

그런데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 핵심은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된 시스템 구성을 위해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인 중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통상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단 하나 탈중앙화 된 시스템이라는 것뿐이다. 나머지 데이터 저장의 효율성, 처리 속도 등은 기존 전산 시스템과 비교가 안 될 수준으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다. 따라서 반드시 탈중앙화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제주와 부산에서 구현한다고 하는 위·변조 방지, 내역 공유, 이력 관리 등을 블록체인으로 해야만 하는 필연성은 전혀 없다. 더욱이 블록체인이 가진 최악의 느린 처리속도를 감안할 때 금융을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과연 블록체인이 모든 비효율성을 무릅쓰고 구현한다고 하는 탈중앙화는 성공했는가? 결과적으로는 아니다. 단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역시 10대 채굴업체들이 90퍼센트 이상의 채굴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탈중앙화는 깨진 것이다. 나머지 프라이빗 블록체인들은 처음부터 탈중앙화 시스템이 아니다. 저자는 이런 주장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분석과 논리를 들이대며 하나씩 입증해가고 있다.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책은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한 번은 필독해야 할 책이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IT기술과 금융으로 얽혀있어서 많은 일반인들은 섣불리 어려워하거나 혼돈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 깊이 관여된 코인 거래소의 과대 홍보 등으로 인해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대부분의 출판 서적들도 냉정한 기술 평가와 사회적 유용성 평가에 실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제대로 검토도 안 하고 수많은 블록체인 실험을 한다고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모든 환상과 과장을 걷어내는데 적절하다.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에 회의적인 루비니 교수는 다음과 같은 논평을 했다. “암호화폐와 모든 디지털 자산들은 꺼질 수밖에 없는 현대판 거품이다. 나는 블록체인 기술이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기술이며, 실질적인 이점을 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김병권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