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최전선에 있는 23명의 목소리,

     

마틴 포드는 인공지능 개발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과 우려들, 예컨대 과거 데이터가 갖는 편향성, 가치의 일치문제, 군사적 무기화 우려,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경제적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던진다.

손정의는 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AI를 강조했나?

올여름 휴가시즌에 권하는 책 7권을 뽑아보았다. 2020년을 앞두고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사회변화 키워드를 알려줄 만한 책 가운데 올해 출간되거나 번역된 책들이다. 첫 번째 책 『일자리의 미래(원저는 The Job)』, 두 번째 책 『우버혁명(원저는 Uberland)』, 세 번째 책 『블록체인 해설서』에 이어 네 번째 책은 『AI 마인드(원제는 Architects of Intelligence)』이다. 이 책은 마틴 포드가 2018년에 쓰고 올해 2019년에 번역되었는데, 수많은 인공지능 기술서적, 사회서적들 가운데 인공지능의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동시에 다루면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탄탄한 현실적인 근거를 가지고 신중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절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지식이 아예 없어서 전문 용어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데, 이를 기꺼이 감수할 마음이 있다면 올 여름 인공지능 공부를 위해 이 책을 권한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뜨거운 기술적, 사회적 혁신 논쟁에 들어와 있었던 주제 가운데, 이미 소개한 플랫폼 기업들 및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이어 단연 인공지능(AI)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어 사실상 완승을 거두는 이벤트를 통해 한국의 시민들은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그 때문인지 같은 해에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제창했던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과 곧바로 연결되었던 관념도 굳어진 것 같다. 또 하나의 뜨거운 혁신이었던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인공지능의 범주에서 다룰 수 있다고 보면 인공지능을 빼놓고서 지난 10년의 사회 변화를 논하는 것을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을 강조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인공지능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2010년대는 인공지능 혁신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반인이 인공지능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기술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인공지능에 연관되어 다소 익숙한 사람들조차도 그 사회적 영향과 파급력 까지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서든, 스마트폰 안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통해서든, 아니면 웹사이트의 챗봇을 통해서든 인공지능은 꽤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블록체인 기술 등과는 다르게, 인공지능은 대단히 다양한 이론과 지식의 뒷받침을 받으면서 (지난 시기 두 번의 인공지능 겨울을 겪었던 것과 달리) 매우 실속 있고 탄탄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한 번쯤은 인공지능의 전체적인 윤곽을 이해하고 생각해볼 계기를 갖는 것은 꼭 필요하다.

대단히 탄탄하고 안정적인 논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면서도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적 대안까지 제시했던 책 『로봇의 부상』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으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 마틴 포드(Martin Ford)가 이번에는 인터뷰어가 되어서 세계적으로 쟁쟁한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 23명을 만나서 얘기를 나눈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 책이 바로 『AI 마인드(원제는 Architects of Intelligence)』다. 인터뷰 대상자들 중에는 알파고를 만든 회사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한 IBM 인공지능 왓슨 개발 책임자 데이비드 페루치,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레이 커즈와일 등이 두루 망라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오랜 겨울을 지내고 2010년 음성인식(아이폰의 Siri)에서 놀라운 상용화를 시작한다. 2012년 이미지 인식 기술의 획기적 전환이 만들어지면서 여기서 구현된 딥러닝의 상업적 활용도가 폭발한다. 2014년과 2015년에 도달된 기계번역에서 비약적 발전은 구글 번역으로 응용되었고, 강화 학습의 성공적 실험은 2016년 알파고와 그 뒤의 알파제로에서 빛났다. 이 배경에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하드웨어 발전이나 알고리즘 개발 뿐 아니라 특히 막대한 빅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이 있었다. 또한 잇따른 상업적 성공과 함께 신경과학, 뇌 과학, 인지과학, 언어 이론, 학습 이론 등의 연관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접목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나타났다. 이 책은 각 분야 전문가들 입을 통해 이러한 과정에 대해서 짧지만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을 전문가들에게 직접 듣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통상 다수의 관련 책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과 과장(손정의 회장도 그런 축이라고 생각한다)이나, 역으로 특이점 이후 지능 폭발과 초지능 등장이라는 공포를 강조하는 등 다소 극단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어인 마틴 포드는 인공지능 개발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과 우려들, 예컨대 과거 데이터가 갖는 편향성, 가치의 일치문제, 군사적 무기화 우려,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경제적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던진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질문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이 경우에 따라서는 흥미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실망스럽기도 하는 등 엇갈리는데 그 자체가 인상적이다.(많은 인터뷰 대상자들이 이공계 출신이라 대체로 기술에 대해 낙관적이고 사회 경제적 이슈에 대해 둔감한 것은 외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다. 상당히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레이블이 붙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지도학습이 압도적이라는 것이 딥러닝의 현주소인데, 여기서 레이블을 붙이는 작업은 사람들의 지독히 수공업적인 노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최근 이들 노동을 ‘유령노동(Ghost Work)’라고 표현한 동일한 이름의 책이 그레이(Gray)와 수리(Suri)에 의해 출간된 바 있는데 이 책이 번역되어 함께 읽어 본다면 유용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23명의 전문가 중에서 현대로봇공학의 최고 권위자로 소개된 로드니 브룩스와 현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의 인터뷰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분량이 560여 쪽에 달해서 차례로 읽기 벅차면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가는 전문가들만 선별해서 읽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각 전문가들마다 완전히 독립된 인터뷰로 이어져 있으므로.  

김병권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