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보수주의가 보지 못 한 사실들

     

우리도 외환위기, 유럽 같은 위기를 또 겪을 수 있으니 그 때를 대비해 재정 건전성을 잘 관리하자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러니 사회복지를 늘리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재정 보수주의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대비는 사회복지 확대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과 외환보유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금융 건전성 규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은 계속 증가하나?

통계청 장래 인구특별추계에 의하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저출산 고령화에 의해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증가하고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계속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재정 수입 증가도 둔화한다. 반면, 고령인구 증가로 건보료,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지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장기 재정 건전성은 불가피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림 1> 연령계층별 인구 구성비, 1960~2067년(중위)
자료 :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

그런데 통계청의 2017~2067년 연령계층별 중위 인구 전망을 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50년 1,901만 명에 달한 이후 2067년 1,827만 명으로 감소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정점에 이른 후 계속 감소하여 2067년 1,784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전망한다. 즉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2050년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한다는 것이 통계청의 장래 인구 전망이다. 따라서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은 계속 증가한다고 하지만 통계청 인구 전망에 의하면 고령화에 의한 사회복지 지출은 2050년 정점에 이른 후 고령인구 감소에 따라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하락과 재정 수입 증가 둔화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50년 이후에도 장기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근본 원인은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계속 증가해서라기보다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재정 수입이 악화하고 그 결과 장기 재정 건전성도 악화하는 것이다.

<표 1> 통계청 2017~2067년 연령계층별 중위 인구 전망
자료 :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

저출산이 장기 재정 건정성을 악화시키는 근원

통계청 인구 전망에 의하면 노년부양비와 총부양비가 2050년 이후에도 계속 상승하는 핵심 이유는 결국 저출산에 의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장기 재정 건전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저출산 문제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림 2> 총부양비, 유소년부양비 및 노년부양비, 1960-2067년(중위)
주: 유소년부양비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 대비 14세 이하 유년인구 비율이며,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년인구 비율임. 총부양비는 유소년인구+노년부양비임.
자료 :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

장기 재정 건전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의한 잠재성장률 하락과 재정 수입 악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장기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 지금부터 사회복지 지출 증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극적 사회복지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화된다면 장기 재정 건전성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저출산 대책 관련 사회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저출산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면 잠재성장률 하락 방지를 통해서 장기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을 제대로 했나?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1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오히려 더 하락했다면서 저출산 대책 예산이 효과는 없고 예산 낭비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 사업들을 보면 상당수는 부처들이 기존에 하던 사업들을 저출산 대책 사업으로 포장한 경우도 많았다. 새로 집권한 정부가 저출산 대책이나 녹색성장 정책을 강조하면 이와 관련한 예산 사업들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했다. 즉 관련 부처들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사업 예산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우니 기존 사업들 중 관련성이 있는 사업을 저출산 대책 사업이나 녹색성장 사업으로 포장해 집어넣곤 했다. 저출산 사업, 녹색성장 사업으로 그 당시 정부가 강조하는 사업으로 포장하면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과정과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을 비교적 쉽게 통과하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 회계 부정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보육예산이 급속히 늘면서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측면도 많았다.

저출산 대책 10년 예산 150조원이라고 하니까 한국이 저출산 대책에 예산을 많이 쓴 것처럼 생각하지만 가족 예산 규모를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낮은 나라다. 가족 예산은 가정양육수당, 어린이집 지원비,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비 등 국가가 출산·육아 지원으로 가정에 투입하는 예산을 의미한다. GDP 대비 가족 지출 예산 비율은 영국 3.80%, 스웨덴 3.64%, 프랑스 2.91%, 독일 2.17%, 한국 1.13%였다. 한국은 영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산율이 우리보다 높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독일이 저출산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가족 예산을 쓰고 있다. 1990~2014년 기간 동안 한국의 GDP 대비 가족 예산 평균은 0.3%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가족 예산 평균은 GDP의 1.3% 수준이었다.[1]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겪고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출산율이 급속하게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저출산 문제를 다른 나라들보다 소홀히 다룬 누적된 결과다.

한국이 최근 보육예산을 급속히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크게 의존하고 국공립 비중이 매우 낮아 보육 사업의 질이 낮고 예산 누수도 큰 편이다.

UN은 1975년과 2005년에 각 나라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와 합계출산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인간개발지수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평균수명, 1인당 실질국민소득 등 각 나라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수인데, 여성 교육 수준, 여성 처우와 관련된 항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975년 분석에서는 인간개발지수와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역관계에 있었다.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나라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높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즉,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승하면 출산·육아의 경제적 기회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발생한 것이다.

<그림 3> 인간개발지수와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
자료 : 강병구, “국가재정의 건전성 및 투명성 제고방안,” 2017. 재인용

그러나 2005년 인간개발지수와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 그림에 의하면 인간개발지수가 0.9를 넘으면 출산율이 다시 상승하는 나라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복지선진국처럼 출산·육아 및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인간개발지수가 0.9 이상으로 계속 상승한 나라의 경우 출산율이 상승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의 2015년 인간개발지수는 0.898로 세계 17위 수준이다.[2] 한국은 빨간색 그래프 최저점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육아를 감당하는 여성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즉 출산·육아를 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할 때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이익이 출산·육아의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여성의 교육수준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 출산·육아의 기회비용도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A 효과).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도 출산·육아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사회복지와 고용안정이 제도화된 나라는 출산율은 상승할 수도 있다(B 효과).

유엔이 분석한 1975년 인간개발지수와 출산율의 상관관계 그래프에서는 A 효과가 B 효과를 압도하여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가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승하면서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사회복지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출산·육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복지 지원으로 B 효과가 A 효과를 상쇄하면서 출산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B 효과를 내고 있는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보다 저출산 대책에 훨씬 적은 예산을 쓰고 있으므로 B 효과가 A 효과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도 선진국처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면 출산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한국은 영국, 프랑스보다 저출산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므로 당연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영국, 프랑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출산율과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여성 경력 단절 완화해야

한국의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의 연령별 남녀 간 소득지수는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1로 보았을 때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 남녀 연령별 소득의 상대 비율을 말한다. 청년의 경우 남녀 간 대학 진학률의 차이가 없고 그에 따라 남녀 간 인적자본의 차이도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여 20대 후반에는 남녀 간 임금격차가 아주 작다. 그러나 30세 이후부터 남녀 간 임금격차가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그림에서 보듯이 30세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속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즉, 남성의 경우 30세 이후 경력증가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데 반해, 여성 임금노동자는 30세 이후 출산·육아로 인해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속히 하락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력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지 못하고 남녀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것이다.[3]

<그림 4>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의 연령별 남녀간 소득지수
자료 :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2013 國民年金財政計算 國民年金 長期財政推計, 國民年金 制度 및 基金運用 改善方向』, 2013.

<그림 5>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단위 : %)
자료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현재 한국의 남녀 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크다. 즉, 한국은 여성 대학 진학률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경력단절로 인해 여성 인적자본을 가장 저활용 하고 있다.

경력단절은 여성 노동자가 경력에 따라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을 막고 경력단절 이후 노동시장에 복귀해도 원래의 인적 자본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만든다. 즉,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성 인적 자본을 대거 파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득 수준별 결혼 격차

혼인 현황을 보면 혼인 건수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남자, 여자 초혼 연령도 상승하고 있어 결혼율이 하락하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 사회통계 조사에 따르면 20~49세 여성 중 독신자 비율은 2000년 29.6%에서 2016년 49%로 1.7배 증가하였다. 결혼 연령 상승에 따라서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도 2000년 29세에서 2018년 32.8세로 올라갔다.[4]

<표 2> 혼인 현황
자료 : 통계청,「인구동태통계연보(혼인·이혼편)」각 연도

고소득층 청년과 저소득층 청년의 결혼율 격차는 심각한 상태이다. 고소득층 청년은 대부분 결혼을 하는 데 반해서 특히 저소득 남성 청년은 결혼율이 현저히 낮아 사회경제적 여건 차이에 따른 결혼 격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경제적 여건 차이에 의한 결혼 격차 확대는 결혼율 하락과 초혼 연령 지연 등을 심화시켜 합계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출산·육아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보편복지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결혼 격차로 인해서 실제로 사회경제적 여유계층이 주로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고, 하위 계층은 낮은 결혼율과 출산율로 인해 정책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출산·육아 지원 정책이 소득 역진성을 띠게 되었다. 이것은 저출산 대책이 출산·육아에만 초점을 두어선 안 되며 결혼 격차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근원적인 사회경제적 대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6> 20~30대 임금노동자 임금계층별 기혼자 비율
자료 : 통계청 경제활동부가조사

일·가정 양립정책과 여성 경제활동 지원 정책을 강화하면 여성 경력단절이 완화되고 여성 고용률이 증가한다. 따라서 여성 인적 자본 활용도가 제고되어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정책은 비용을 국가가 재정으로 부담하지 않고 주로 기업에 전가시키는 형태가 되면 기업은 출산·육아 비용 회피를 위해서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되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관련 비용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여성을 아무런 부담감을 갖지 않고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출산율 제고에 의한 생산가능인구 증가 효과는 20~30년 뒤에 발생하므로 이로 인한 잠재성장률 상승효과는 상당 기간 뒤에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정책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촉진하고 경력단절에 의한 인적 자본 손실을 막음으로써 여성 취업자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중단기에 경제 성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은 그만큼 노동력 부족 문제도 빠른 속도로 겪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 인력을 앞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하며, 그 준비도 빨리 해야 하는 나라다.


재정 보수주의 논리의 허구성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장기재정 건전성 악화 논거를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하고 재정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장기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근본 이유는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050년 이후의 미래세대를 정말로 걱정하는 책임 있는 현세대라면 미래세대가 2067년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인구 102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게 지금부터 저출산 대책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육아 지원 수준을 넘어서 청년들의 결혼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국,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가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복지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붓고 있다.

가장 최근 이뤄진 장기재정 전망은 기획재정부(2015)와 국회예산정책처(2018)의 전망이다. 이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204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기획재정부 52.2%, 국회예산정책처 65.5%였다. 기획재정부의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은 62.4%, 국회예산정책처의 205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85.6%였다. 2050년 국가채무비율 85.6%는 2017년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 평균 80.9%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표 3> 장기재정 전망 결과 비교
자료: 기획재정부(2015), 국회예산정책처(2018).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은 나라다. 일본과 한국은 현재 대략 20년 정도의 고령화 격차가 있으나,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2050년대 후반 이후에는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수준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2018년 23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회예산정책처의 2050년 한국 국가채무 비율 85.6% 수준은 매우 낮은 것이다. 따라서 2050년 국가채무 비율 85.6% 수준의 장기 재정전망은 중장기적으로 국민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5] 사회복지를 더 확대할 만한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7] 주요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전망
자료 : 김정훈, “삶의 질과 성장잠재력 향상을 위한 재정정책의 운용 방향,” 『소득주도성장과 확장적 재정운용』,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토론회, 2019. 4.

한국은 재정 여력(fiscal space)이 충분한 나라

국제통화기금(IMF), 무디스(Moody’s) 등이 한국 재정 건전성을 평가한 것을 보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여력을 의미하는 지표로 재정 여력 개념이 있다. 재정 여력이란 정부가 시장에서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기 힘든 임계치 수준의 국채 규모와 현재 국채 규모의 차이로 장기적인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다.

2014년 5월 기준 무디스 분석에서 한국의 재정 여력은 GDP 대비 241.1%로 노르웨이 246%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재정지출이 2019년 9.5%, 2020년 9.3% 증가한 확장재정 정책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중기적으로 42%까지 올라가지만 2019년 11월 한국 신용 등급이 Aa2로 계속 유지된다면서 한국의 재정 능력을 여전히 매우 높이 평가했다.[6]

[그림 8] 재정 여력(단위: GDP 대비 % 포인트)
자료: Moody`s Analytics(2014년 5월 기준)

IMF는 34개 국가에 대해서 재정 여력을 평가했는데, 한국, 호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카자흐스탄 등을 재정 여력이 가장 양호한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국가채무 비율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재정 여력이 매우 양호하게 나온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IMF의 이 평가에서 주목할 것은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는 일본을 중간 정도 재정 여력 국가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다. IMF는 정부 부채채무 비율이 일본보다 훨씬 낮은 프랑스의 재정 여력을 일본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 여력이나 재정 건전성은 단순히 국가채무 비율이나 재정 수지 같은 몇 가지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경제의 재정 부담 능력을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 평가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강병구·조영철, 2019).

<표 4> IMF 재정 여력 평가
출처: IMF(2018).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IMF가 재정 여력을 중간 수준의 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일본의 경우 통화정책 자율성, 엔화 표시 국채, 시장변동환율제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재정위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는 엔화 표시 채권이며, 일본 국채 대부분 일본 국내에서 매입하고 외국인이 소유한 일본 국채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이 일본 국채의 46%를 소유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국제 통화이므로 외환시장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이다.

유럽 재정위기 국가는 통화정책 자율성이 없었고 주권 통화가 아닌, 사실상의 외화나 다름없는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겉으로는 재정위기라고 불렸지만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이 실제로 겪은 것은 자국이 통제할 수 없었던 유로 지급 불능 위기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은 원화가 국제통화는 아니지만 변동환율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고와 통화정책 재량권을 갖고 있다. 한국 국고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5.2%로 일본보다 높지만, 국채 발행 대부분이 원화 표시 국채이며 외화 표시 외평채 발행 규모는 매우 작다. 따라서 한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어느 정도 올라가도 외화표시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성을 계속 유지한다면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


저금리 시대 국채를 적극적 활용해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증가는 아래와 같은 간단한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B, Y는 각각 국가부채, 명목 국내총생산이고 G, T는 정부 지출과 조세 수입이다. r과 g는 각각 국채 금리와 경상성장률을 의미한다. 즉 국가채무 비율 증가는 (G-T)의 재정적자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r-g)의 국채 금리와 경상성장률의 격차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저금리 저물가로 인해서 경상성장률이 국채 금리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국가채무 비율을 하락시키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Blanchard(2019)에 따르면,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미국 재무부 국채 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높았지만 미국 정부 채권이자율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된다고 전망한다. 현재 10년 만기 미국의 이자율은 3% 수준이지만, 경상성장률은 4%다(강병구·조영철, 2019). 2018년 일본 10년 국채 이자율은 0%, 경상성장률 1.7%로 일본도 역시 국채 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낮으며(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제통계)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림 9] 경상성장률과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이자율 추이
출처: Blanchard(2019)

일본의 국채 금리와 경상성장률 추이를 봐도 일본 정부 부채 비율이 상승하던 1990년대 이후의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대체로 일본 10년 국채 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더 높았던 시기가 많았던 반면 정부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최근에는 10년 국채 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물론 국채 금리와 경상성장률 관계 외에 최근 재정수지 적자가 감소하는 것도 일본 정부 부채비율을 하락시키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림 10] 일본의 국채 금리와 경상성장률 추이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제통계

한국 국채 금리도 [그림 11]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국채 금리 확산 등 국채 금리 하락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이 2019년 37.1%에서 2023년 46.4%로 증가하지만, 국채 이자비용이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2019b)에 의하면 국고채 잔액은 2016년 516.9조 원에서 2018년 567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국채 이자 비용은 2016년 17.6조 원에서 2018년 16.9조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림 11] 5년 국고채 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경제가 회복되어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 이자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계부채 대부분은 변동금리여서 이자율 상승이 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연결되지만, 국채는 고정 금리여서 금리 상승이 바로 이자 부담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더욱이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가 2016년 1.62%, 2017년 2.1%, 2018년 2.43%로 3년 동안 약간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결산 결과 국고채 잔액이 증가한 조건에서도 국고채 이자 비용은 감소했다. 그 이유는 국채의 경우 5년, 10년, 30년 등 장기채가 많고, 과거 5%, 7% 등 고금리로 발행했던 국채가 만기 상환되면 신규로 차환 발행하는 국채는 1~2%대 수준의 저금리로 발행되기 때문이다.[7] 단기간 국채 금리가 상승해도 장기 추세가 하락하고 있으면 국채 이자 비용은 증가하지 않고 하락 추세를 유지할 수 있다.[8]

재정 여력이 있고, 저금리로 국채 발행 부담도 작은 조건에서 저출산 대책에 적극적 재정 투자를 하여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는 것이 미래세대에 대해서 책임 있는 현 세대가 취해야 할 자세다.

장기재정 전망이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기준선 전망이므로 재정수지 적자가 악화되고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도 현재의 세율과 조세부담률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재정 건전성에 민감한 나라에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데도 향후 수십 년 동안 증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당연히 증세를 하고 조세부담률을 올릴 것이고 실제 미래 재정 상황은 장기재정 전망과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장기재정 전망에 근거해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 사회복지 지출 증가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증세를 통해 재정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사회복지 지출 등 필요한 재정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경력단절, 결혼 격차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다.

위키토피아 지난 글 “저축-투자 갭의 한국경제”에서 이미 말했듯이 2011년 이후 수출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들어가면서 제조업 가동률 급락, 투자율 감소 등 내수 침체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내수 확대로 돌파하기 위해 소위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건설투자 촉진 정책을 썼다고 했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가계부채가 급등했다. 주요국의 가구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은 2014년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으며, 2017년 185.9%를 기록하여 프랑스, 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크게 높은 상태다(강병구·조영철). 더욱이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을 축소시킨 반면 한국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국가채무와 달리 변동금리가 많아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상환 만기도 짧은 편이고 이자만 지불하다가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많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보통 이자와 원금을 같이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크고 연체율도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더 높은 편이다. 한국 가계부채에서 심각해지는 순간은 원금을 갚아야 할 때다. 한국 가계부채 연체율이 낮다고 안심할 수만 없는 이유다. 고소득층 부채비율이 높아서 상환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고소득층의 부동산 갭 투자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전세보증금, 신용대출에 전세자금 대출까지 긁어모아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한 경우도 많아 부동산 가격이 꺾이면 심각한 부채 위기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가채무 문제가 장기 재정 건전성의 문제라면 가계부채는 당장의 부채 위기일 수 있으며 거시경제 위기로 전환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림 12] 주요국의 가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단위 : %)
자료: OECD, National Accounts (http://stats.oecd.org), 강병구·조영철(2019)에서 재인용.

우리가 정말로 걱정하고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부채는 현재 위험 수위로 진행하고 있는 가계부채다(윤성주, 2019). 가계부채는 부채 위기 임계치에 다가서고 있다. 그런데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국가채무 위기를 더 걱정한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외환위기를 거론하며 한국이 외환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 여력이 튼튼해 과감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 재정위기처럼 언제 또 위기가 닥칠 수 있으므로 재정 여력을 항상 갖춰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같은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은 대부분 은행위기를 막다가 국가부채가 급등했다. 혹시 우리도 외환위기, 유럽 같은 위기를 또 겪을 수 있으니 그 때를 대비해 재정 건전성을 잘 관리하자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러니 사회복지를 늘리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재정 보수주의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대비는 사회복지 확대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과 외환보유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금융 건전성 규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왜 이럴까?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건 먼 미래의 국가채무 위기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잘 막아 온 큰 정부, 복지국가로 우리가 성큼 다가서는 건 아닐까? 다음 글에선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재정 확대를 그토록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 다뤄 보겠다.

조영철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 국회예산정책처, 「부문별 사회복지지출 수준 국제비교」, 사업평가 15-02(통권 337호), 2015. 
[2] 2015년 인간개발지수 1위는 노르웨이로 0.944, 8위인 미국은 0.915 수준임(http://hdr.undp.org/en/content/human-development-index-hdi). 
[3] 김주영(2009)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감소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들고 있다. 
[4]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 
[5] 2017년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험부담률)은 한국 26.9%, OECD 평균 34.2%다(통계청, 국제통계). 
[6] 머니투데이(2019. 11. 19) 
[7]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는 2006년 5.05%, 2007년 5.18%, 2008년 5.37%를 기록했다(국회예산정책처, 2019b, 119쪽). 
[8] (강병구·조영철, 2019)

참고문헌
강병구·조영철, 『재정운용의 평가와 과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2019.
강병구, “국가재정의 건전성 및 투명성 제고방안,” 2017.
국민연금 재정추계원회, 『2013 國民年金財政計算 國民年金 長期財政推計, 國民年金 制度 및 基金運用 改善方向』, 2013.
국회예산정책처, 「부문별 사회복지지출 수준 국제비교평가」, 사업평가 15-02(통권 337호), 2015.
국회예산정책처, 2018, 『2019~2050년 NABO 장기 재정전망』
국회예산정책처, 2019a, 「2020년 예산안 총괄분석Ⅰ」.
국회예산정책처, 2019b, 『2018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기획재정부, 2015, 『2060년 장기재정전망』.
기획재정부, 2019,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
김정훈, “삶의 질과 성장잠재력 향상을 위한 재정정책의 운용 방향,” 『소득주도성장과 확장적 재정운용』,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토론회, 2019. 4.
김주영 (2009),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의 경력 단절. 「월간 노동리뷰」, 7월호, 38∼ 51. 한국노동연구원.
윤성주, “경제주체별 부채 현황 및 시사점,” 『재정포럼』 11월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9.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도자료, 2019.
Blanchard, Oliver J., 2019, “Public Debt and Low Interest Rates,”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109, No. 4: 1197-1229.
IMF,“Assessing Fiscal Space: An Updated and Stocktaking,” IMF Policy Paper, No. 18/260,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