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이유는?

     

우리는 일본처럼 미래를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국내 초과저축을 해외에 투자해서 대외자산을 쌓는데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재정여력이 있을 때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미래투자에 국가가 선도적으로 과감한 공공투자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 시점에 놓여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은 나라다. 한국의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일본이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급속하게 증가한 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은 계속 하락해 재정 건전성이 무너진 대표적인 나라라면서 우리도 재정 건전성 관리를 지금부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일본 국가채무비율 증가의 진실을 제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진 플라자 합의 이후 엔 달러 환율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일본 수출은 둔화되었다. 일본 정부는 수출 둔화에 의한 성장 악화를 우려해 금리를 내리는 등 내수 확대 정책을 폈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경기가 좋아지자 1980년 후반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금리 인상 후 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했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다. 1991년 금리를 급속히 내렸지만 추락한 성장률은 올라가지 않았다. 시장금리는 1991년 7.53%에서 1995년 1.21%, 2003년 0%로 떨어졌지만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림 1] 일본 시장금리
자료 : 통계청, OECD 국제금리통계

일본 정부는 통화정책만으로 경제 회복이 안 되자 확장재정정책도 강력하게 펼쳤다. 일본 정부가 당시 선택한 확장재정정책은 사회간접자본에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익숙한 방식이었다. 확장재정정책에 의한 SOC 공공 투자사업이 급증하면서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1990년대 초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그림 2]는 세출 측면에서 어느 부문의 예산 증가가 일본 국가채무를 증가시킨 요인인지를 보여준다. 1992년~2003년 동안에는 SOC 관련 공공사업 세출예산이 급속히 증가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조세와 사회보험료 등 재정수입이 감소하였고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도 조세 수입 감소 폭을 더 확대시켰다.[1] 1991년 1.8% 흑자이던 일반정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1993년 –2.4%, 1996년 –5.1%, 2000년 –7.5%로 악화되어 국가채무 비율이 급증했다.[2]

[그림 2] 세출 측면에서의 일본 국가채무 증가요인
주 :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성기금을 합한 개념임.
자료 : 서세욱, 2012, “일본의 재정개혁 사례의 시사점,” 『예산정책연구』 제1권 제2호, 국회예산정책처.

고령화로 사회보장 관련 재정지출은 계속 증가했지만 재정수입 감소로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 공공사업 지출도 급속히 줄었기 때문에 급증하던 일본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04년 175.2%, 2007년 177.5%로 증가 추세가 둔화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불황에 대응한 확장재정정책으로 GDP 대비 일본 일반정부 재정지출 비율이 2007년 34.6%에서 2009년 40.2%로 크게 증가했고 불황에 따른 조세 수입 급감이 더해지면서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07년 –2.8%에서 2009년 –9.8%로 크게 악화되었고 정부 부채비율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림 3]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자료 : 통계청, KOSIS, 국제통계

[그림 4] 일본의 GDP 대비 일반정부 총지출 비율(%)
자료 : 통계청, KOSIS, 국제통계

[그림 5] 일본의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 지출의 자연 증가로 인해 재정지출이 계속 증가해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였다고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 세출은 [그림 6]에서 보듯이 2000년~2007년 동안 감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확장재정정책으로 세출 규모가 증가했지만 2011년 이후 다시 거의 변화가 없다. 즉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은 계속 증가했지만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 확대를 막기 위해서 2000년대부터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른 예산을 감소시키는 세출 구조조정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그림 4]에서 보듯이 GDP 대비 일본 일반정부의 총지출 비율은 2009년 40.2%에서 2018년 38.4%로 하락했다.

[그림 6] 일본 중앙정부의 세출과 세입 추세
자료 : 통계청, 국제정부재정통계

[그림 4]에서 보듯이 일본의 일반정부 총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하락하고 [그림 6]에서 보듯이 일본 중앙정부 세입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림 7] 일본 국채금리는 계속 하락해 최근 거의 0% 수준이고 재정수지 적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일본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2014년 238.2%에서 2018년 235%로 약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7] 일본의 국채 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이처럼 일본은 1990년대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통화정책으로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자 사회간접자본 공공투자 확대로 대응했다. 그런데 공공투자 확대는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올리는 단기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수백 가구밖에 살지 않는 섬에 연육교를 건설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일본은 1990년대 확장재정정책을 강력히 펼 수 있는 정도로 재정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재정투자가 장기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 분야에 집중되지 못하고 단기 경기부양 위주로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비효율적으로 투자되면서 오히려 일본 경제의 기초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이 지연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미래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막는데 실패한 것이다.

고령화로 일본의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 급증이 고령화에 의한 사회복지 지출 증가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고령화에 의해 성장률이 하락하고 재정 수입이 감소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고 재정 여력이 하락한 것이다.

[그림 8]에서 보듯이 일본에서는 국내 총투자율보다 총저축률이 더 높은 저축-투자 갭 현상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하였다. 1990년대 비효율적인 사회간접자본 공공사업에 재정을 낭비하지 말고 저출산 대책과 산업 구조개혁과 미래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데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림 8] 일본의 총저축률과 국내 총투자율(%)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러나 적극적 재정정책 시기를 놓치고 재정 여력이 약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슘페터주의 혁신국가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일본경제의 장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은 해외투자로 나갔다. 해외직접투자는 일본 기업의 세계분업 구조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긍정적인 기여도 했다. 그러나 해외증권투자는 일본의 소득수지 증가에 크게 기여했지만 일본의 고용 증가, 산업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한 것이다. 결국 일본 경제는 잘 알려져 있듯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률의 하락과 경기침체를 장기간 경험했다.

결론적으로 일본 재정 건전성 악화의 근본 원인은 고령화에 의한 사회복지 지출 증가라기 보다는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제 침체 지속, 재정수입의 둔화와 재정적자 확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화에 의한 잠재성장률 하락이 본격화하기 전에 경상수지 흑자, 즉 저축-투자 갭의 초과 국내저축을 활용하여 일본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데 재정투자를 확대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경상수지 흑자와 저축-투자 갭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처럼 미래를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국내 초과저축을 해외에 투자해서 대외자산을 쌓는데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재정여력이 있을 때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미래투자에 국가가 선도적으로 과감한 공공투자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 시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잠재성장률 하락이 정착되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 확장 재정정책을 통해서 구조개혁과 사회안전망 확충, 저출산 대책, 에너지·생태 전환, 4차 산업혁명의 기초를 확립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미래투자를 선도해야 한다.

조영철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 서세욱, 2012, “일본의 재정개혁 사례의 시사점,” 『예산정책연구』 제1권 제2호, 국회예산정책처. 
[2] 이남수·서세욱, 2007, 『최근 일본의 재정개혁과 시사점』, 경제현안분석 제14호, 국회예산정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