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괴담론에 가려진 진짜 모습

     

먼저 적립금이 고갈되기 전에 2042년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이 급여 지급을 위해 적립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계속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금융자산 가격 하락에 의해서 혼란이 발생하고 국민연금은 대규모 자산 손실을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지급 준비금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을 예상한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전략적 행동이 가세하면 자본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몇 년 전 국민연금 적립금은 반드시 고갈되며 그러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니 빨리 탈퇴해야 한다는 국민연금 괴담론이 퍼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괴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국민연금 고갈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생명보험회사 연금저축은 들어도 국민연금 보험료는 내는 게 꺼려진다면 생각을 다시 해보는 게 좋다. 장기 저축 중 당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안전한 건 보험회사 연금저축 상품도 은행 장기적금도 아니고 바로 국민연금이다. 조금이라도 저축할 여유가 있을 때 가장 먼저 가입해야 하는 저축은 국민연금이며, 낼 수만 있다면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는 게 당신 노후에 좋다. 강남 사는 중산층 이상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해서 보험료를 내는 이유가 뭣 때문이겠는가?


국민연금 장기재정 계산 결과

국민연금법에 의해 국민연금 장기재정 상태를 5년마다 추계하도록 되어 있다. 난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계산은 제도의 성숙 및 가입자의 생애를 고려하여 향후 70년으로 설정되어 있기에 추계기간은 2018년~2088년이다. 장기재정 추계의 전제는 현행 보험료와 급여 지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때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상태를 보는 것으로 이런 걸 기준선 전망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조정이 없고 현재 요율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한 국민연금 4차 장기재정 전망 결과에 따르면 <그림 1>과 같이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2041년에 최대 규모로 증가하여 1,778조원이 되고, 2042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하여 2057년에 적립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림 1>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전망
자료 :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발표자료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 급여비를 전액 가입자 보험료 인상으로 부담해야 한다. <표 1> 부과방식 비용률이란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 대비 국민연금 급여비 지출 비율을 의미한다. 즉, 적립금 소진 후 급여 지출 소요 비용을 보험료 인상으로 마련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래 세대 가입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을 말한다. 4차 재정계산 결과 부과방식 비용률은 2060년 26.8%에서 2070년 29.7%로 상승한 후 다시 감소하여 2080년 29.5%, 2088년 28.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GDP 대비 급여지출 비율은 2060년 7.5%, 2070년 8.9%, 2080년 9.4%, 2088년 9.4%인 것으로 전망되었다.

<표 1> 국민연금 부과방식 비용률
자료 :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발표자료.

<표 2> GDP 대비 국민연금 급여지출 비율(%)
자료 :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발표자료.

4차 재정계산에서 부과방식 비용률이 2070년 이후 하락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4차 재정계산 기초자료인 통계청 장래 인구 전망의 노인부양비(고령자/생산가능인구 비율)가 2060년대 중반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2060년 후반 이후 감소하는 추세로 변하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민연금 급여지출 비율은 2070년 8.9% 자체는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건강보험 보험료 등 기타 사회보험료와 퇴직연금 보험료, 조세부담률 증가를 고려하면 2070년 8.9% 수준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2070년 8.9% 수준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지를 판단하려면 조세부담률과 기타 부담률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분석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수지 적자 발생하면 자산 매각해야 하고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 오나?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2042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전망한다. 즉 2042년부터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 급여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적립기금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2042년엔 매각해야 할 자산 규모가 8조 9천억 원 수준이지만, 이후 급속히 증가해 2045년 43조 원, 2050년 116조 원, 2055년 214조 원을 매각해야 한다. 이와 같이 막대한 규모의 금융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2019년 기금운용계획 상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18%, 국내채권 투자 비중은 45.3%이었다.[1] 물론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왔던 것을 감안하면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2042년 이후엔 국내 금융자산 투자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주로 증권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매입을 하고 상승하는 시점에서 매각을 하는 경향이 있어 금융시장 자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고 금융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지 적자 발생 후 자산을 매각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매년 필요한 준비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므로 지금처럼 시장 가격 동향에 따라 매각 시점을 신축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지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가 여유재원을 자산운영 하는 방식이므로 금융자산 매입 시점과 매각 시점의 선택을 비교적 재량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수지 적자 발생으로 급여비 지출 준비금 확보를 위해 자산을 무조건 일정규모 지속적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지금과 같은 자산 매입, 매각 재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일 국민연금 수지 적자 이후 급여 지출 재원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이 국내 증권시장 자산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국민연금의 대규모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국민연금은 국내 자산 비중을 줄이고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적 자산구성 변화를 선택하는 합리적 결정을 할 것이다. 따라서 수지 적자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국민연금 자산운영은 자산 매각이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해외투자 비중을 급속히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난 10년(2009~2018)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내채권 4.32%, 해외 채권 4.55%, 국내주식 7.88%, 해외주식 8.77%로 해외투자 수익성이 더 높았기 때문에 이미 국민연금 중기자산운영 계획에 의하면 점차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다. 2019년 말 해외주식 비중 20.0%, 해외채권 비중 4.0%이며 대체투자 12.7% 중 상당부분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2] 적립금 중 해외투자 비중을 증가시킬수록 수지 적자 이후 자산 매각 시 자산 가격 하락 위험은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수지적자 상태에 진입하기 전에 해외투자 비중을 충분히 증가시키면 자산 매각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 위험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지 적자 발생 후 연금지급을 위해 금융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의 자산 매각 영향을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고 전략적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커질 것을 우려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수지 적자 발생 전에 미리 해외투자 비중을 충분히 증대시키면 자산 매각이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상당 부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투자 비중 증대를 통해 자산 매각에 의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도 국민연금 고갈 전망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있는데, 실제로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적립금이 급속히 줄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국민연금 기존 가입자들과 신규 가입자들의 불안감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가입자를 중심으로 가입 거부 내지 보험료 납부 거부 사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국민연금 수지 적자 상황은 더 급속히 악화될 것이고 악순환 확대로 인해 국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문제

국민연금법 제4조에 의하면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균형 유지를 위해 보험료와 급여비 조정을 포함한 종합운용계획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2057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된다는 것은 향후 40여 년 동안 7~8명의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부가 구성되지만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뻔히 보면서 어느 정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정치가 아무리 엉망이라고 해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가까워질수록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문제는 당연히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고 국민연금법 제4조 실현을 위한 다양한 총선, 대선 공약이 나올 것이다.

국민연금 장기 재정 균형의 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국민연금법 제4조는 적어도 수지 적자 발생 후 적립금이 고갈되도록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부과방식 비용률을 추정해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부과방식 전환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립금 고갈 이후 부과방식 비용률은 2060년 26.8%, 2070년 29.7%인데, 9% 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적립금 고갈 이후 갑자기 30%에 가까운 국민연금 보험료를 가입자들이 감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급여를 받는 세대와 30%에 달하는 보험료를 갑자기 내야 하는 미래의 가입자 세대 간의 세대 형평성 문제와 세대 갈등도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적립금 고갈 이후 부과방식 전환은 현 제도 유지를 가정하는 재정계산의 전망에 불과할 뿐 현실적 정책 대안으로는 법적으로, 현실 타당성 측면에서 선택되기 어렵다.

국민연금 제3차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와 제4차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장기재정 균형 유지를 위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단일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적립금이 고갈된 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은 3차와 4차 제도발전위원회 위원들이 적립금 고갈 후 부과방식 전환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국민연금법 제4조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는 재정 안정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도발전위원회는 장기재정 목표 설정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했는데, 2088년 연금 급여 지출비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보유하는 적립배율 1배 목표를 합의한 것이다.

4차 재정추계위원회는 2088년 적립배율 1배 장기재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 보험료를 얼마큼 인상해야 하는 지를 계산했다. 보험료를 일시에 인상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했는데 2020년에 인상하면 보험료를 16.02%로 올려야 하고 2030년에 인상하면 17.95%, 2040년이면 20.93%로 올려야 하는 것으로 계산하였다.[3]

4차 재정추계 자료에 의하면 적립금이 고갈된 후 부과방식 비용률이 2060년 26.8%였으므로 적립배율 1배 장기재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40년 보험료 인상률 20.93%는 적립금 고갈 후 부과방식 비용률과 불과 6% 포인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2020년 일시에 보험료를 인상하면 16.02%로 올려야 하므로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 9%보다 7% 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단번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9%에서 16%로 올린다는 것은 가입자 부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적립배율 1배라는 장기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일시에 올리지 않고 여러 차례 단계적으로 인상하되, 인상 시기는 늦추지 않고 가급적 조기에 올리는 것이 될 것이다.

적립배율 1배 장기재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 2020년 보험료 16.02% 인상 시 GDP 대비 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은 <그림 2>처럼 될 것으로 4차 재정추계위원회는 전망했다. 현 제도 유지 시 국민연금의 GDP 대비 재정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GDP 대비 적립금 비율은 2040년 45.2%, 2050년 24.4%이지만, 2020년 보험료를 16.02% 인상하면 국민연금의 GDP 대비 적립금 비율은 2040년 90.6%, 2050년 98.9%로 급증하는 것으로 전망하였다.

GDP 대비 국민연금 수지 흑자 비율은 2018년 2.8%, 2020년 2.8%인데, 보험료를 인상하면 당연히 국민연금 수지 흑자 비율은 2.8%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국민연금 수지 흑자는 국민계정 상 저축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총저축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림 2> 2020년 보험료 16.02% 인상 시 GDP 대비 국민연금 적립금 비율(%)
자료 :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발표자료

그런데 한국 거시경제 현황을 보면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보다 더 큰 저축-투자 갭 상황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총저축률과 국내총투자율의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금융위기 이후 총저축률과 국내총투자율의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졌다. 2018년 총저축률은 34.8%이고 국내총투자율은 30.4%로 약 4.4% 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연금 수지 흑자 규모가 증가하면 총저축 규모가 그만큼 더 커지고 그에 따라 거시경제의 저축-투자 갭을 확대시켜 거시경제의 총수요 부족과 저성장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 목표인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앞으로 당길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줄지만, 현 보험료율에서도 GDP 대비 적립금 규모가 2034년 48.2%까지 올라가고, 그에 따라 저축-투자 갭의 거시경제 불균형이 확대되므로 이에 대한 거시경제 대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지금도 국민연금 적립금의 급속한 증가로 자산운용 구성에서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으로 적립금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더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그에 따라 해외 투자 증가로 국민연금 저축과 국내 투자와의 연계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총수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강화된다.

지금처럼 내수 부족으로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저축의 성격을 지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면 경제성장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거시경제 대책 없이 무조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경제 상황과 적립금 규모의 적정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되, 동시에 세대 간 형평성을 검토해 가급적 조기에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요약 정리하면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 의하면 2042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7년에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즉 국민연금은 현재의 요율 구조에서 적립금 고갈이 필연적이므로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글은 부과방식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먼저 적립금이 고갈되기 전에 2042년 국민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이 급여 지급을 위해 적립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계속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금융자산 가격 하락에 의해서 혼란이 발생하고 국민연금은 대규모 자산 손실을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지급 준비금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을 예상한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전략적 행동이 가세하면 자본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지금도 자산운용 전략 방향이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더욱이 수지 적자를 앞두고 자산 매각 과정에서 손실이 예상된다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략은 해외투자 비중을 더 급속히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따라서 해외투자 비중을 증가시키는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략 결정에 의해 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 문제와 자본시장 혼란 문제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2057년 적립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와 관련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적립금 고갈과 함께 국민연금 급여비를 지급하기 위해 연금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부과방식 비용률은 4차 재정계산 결과 2060년 26.8%인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료 9% 수준에서 일시에 26.8%로 상승한다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부담 급증으로 강력한 반발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수지 적자 상황이 가까워지면 신규 가입자들의 보험료 납부 거부 내지 납부율 하락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국민연금의 재정 악화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에 대한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면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증가라는 자산운용 전략을 통해 수지 적자 이후 금융자산 매각과 관련한 혼란과 손실 문제를 완충할 수 있다고 해도, 적립금 고갈 이후 대폭적인 보험료를 인상하는 부과방식 전환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국민연금법 제4조는 정부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할 때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균형 유지를 위해 보험료와 급여비 조정을 포함한 종합운용계획을 마련하는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2057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된다는 것은 향후 40년 동안 8명의 대통령과 정부가 구성되지만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정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금은 수지 적자가 발생하지 않고 적립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에 국민들의 정부가 국민연금법 제4조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지만,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시점에 가까워지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4조는 적어도 수지 적자 발생 후 적립금이 고갈되도록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위원회가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부과방식 비용률을 추정해 제시하고 있지만, 적립금 고갈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4차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는 2088년 적립배율 1배라는 장기 재정목표 방안을 제시했다. 2088년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면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초과하는 거시경제 불균형과 총수요 부족 문제를 안고 있고, 이것이 내수 침체에 의한 저성장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 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면 국민연금 저축 증가에 의해서 총저축률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고 총저축률과 국내총투자율의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은 거시경제의 저축-투자 갭 확대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투자 갭을 축소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사회적 수익률이 높은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한다. 에너지 생태 전환, 4차산업혁명의 기반을 확립하는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사회적 수익률이 높은 재정사업들을 정부가 잘 선별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선도하면 잠재성장률을 높임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조영철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 보건복지부, 2019년도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자료집, 2019. 10. 7 
[2] 보건복지부, 2019년도 제6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자료집, 2019. 6. 26 
[3]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