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삼국지: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최근 한국 사회 정치개혁 운동에서도 ‘지지율과 의석률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안착되어 갑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것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안이지요. 선거제도 개편 논의자 사이에서는 국제 표준처럼 대우받기도 합니다. 독일은 지지율과 의석률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일이 지역구 의원을 소선거구제에서 선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비례성이 높은 소선거구제를 택했으면서도 별도의 장치를 통해 고비례성 선거제도를 만든 겁니다. 앞서 살폈듯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부터 한 지역구에서 여러 의원을 뽑으며 비례성을 보장하는 다인선거구-비례대표제 국가가 상당합니다. 이들 나라 상당수도 지지율과 의석률을 일치시키고 있습니다.

고비례성 선거제도에도 다양한 모델이 있습니다. 선거구를 몇 개로, 선출 인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정당별로 의석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배분된 의석을 두고 몇 명을 당선시킬 것인지 등등 여러 고려를 통해 갖가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을 주로 견주면서 다양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전국 단일선거구 네덜란드, 다층형 선거제도 스웨덴

다인선거구 가운데 가장 비례성이 높은 것은 '전국 단일선거구'다. 이 경우 후보자별 득표로 당락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선거구에서 뽑는 인원이 너무 많아 후보자 난립이 심하고 유권자가 혼동을 겪는다. 지명도 높은 특정 후보에게 표가 쏠리며, 하위권 당선자들의 득표율이 너무 낮고 낙선자와의 표차도 미미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전국 단일선거구 국가는 우선 정당별 지지율을 따져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 단일선거구인 이스라엘은 유권자가 지지 정당에만 투표한다. 지지율에 맞게 의석을 배분받은 정당은 자체적으로 정해둔 순번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한다. 20석을 받은 A당은 명부 1~20번에 오른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다. 유권자는 정당별 의석수만 결정할 뿐 지지 인물을 지목할 수 없다. 고로 이 제도는 유권자의 불만을 부르기 십상이다. 따라서 지지 정당뿐 아니라 지지 후보까지 지목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고안되고는 한다. 네덜란드는 전국 단일선거구면서 후보 개인을 지지할 수 있다. 후보에 대한 투표는 그 후보의 득표인 동시에 그 후보 소속 정당의 득표로 계산된다. 후보를 고르지 않고 정당에만 투표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정당은 각 권역마다 투표용지에 다른 후보를 올릴 수 있으며, 후보의 순번도 다르게 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권역의 투표용지에 같은 후보의 이름을 올릴 수 있기에 실질적으로 단일선거구이다. 권역별 지지율이 아니라 전국 지지율로 정당별 의석수를 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은 노동당이었는데, 득표율은 18%였고 26석 중 5석을 차지했다. 제1당이 지지율 20% 미만에 의석율 25% 미만이라는 것은 네덜란드의 정당 체제가 그만큼이나 다당제임을 가리킨다. 여러 소수정당의 존립과 약진이 가능하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식 선거제도의 약점은 전국의 수많은 후보가 선택지에 등장함으로써 유권자의 혼란과 표밭의 심한 분할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네덜란드 시민들은 지지 정당을 중시할 뿐 누가 당선되는지에는 상당히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와 다른 선거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다. 대부분의 다인선거구-비례대표제 국가들은 전국을 몇 개의 선거구로 나눈다. 선출인원이 크고 선거구수가 적을수록 후보자 난립은 심해지고, 반대로 선출인원이 적고 선거구수가 많을수록 비례성은 떨어진다. 이 딜레마 속에서 다인선거구 국가들은 선거구수와 선거구별 선출인원을 정한다.

권역별 선거구를 정하고 그 안에서 지지율과 의석을 연동시키는 스페인, 우루과이 같은 나라도 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나라는 네덜란드, 이스라엘만큼 비례성이 높을 수 없다. 가령 국회의원이 50석인 나라에서 10% 지지율을 가진 정당이 있다고 치자. 전국 단일선거구-비례대표제라면 5석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 50석을 4개 지역으로 갈라서 1)20석, 2)14석, 3)10석, 4)6석으로 나눈다고 가정하고, 이 정당은 각 지역에서 모두 10% 지지율을 올렸다 치자. 1)에서는 2석, 3)에서는 1석을 얻겠지만 2)에서는 해당 지역 의석의 10%에 못 미치는 1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크고, 4)에서는 자칫 하면 1석도 못 챙긴다. 전국 50석의 10%가 되지 않는 4석만 갖는 것이다. 이런 난점을 해결하려면 별도로 의석을 따로 빼두고,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수가 적게 나온 정당에 보정을 해줘야 한다.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석 이외에 또 다른 의석을 두는 '다층형 선거제도'가 있다. 스웨덴은 선거구를 권역으로 나누면서도 전체 의석수를 각 정당의 지지율에 맞게 배분한다. 스웨덴의 선거구는 주단위로 형성되어 있고, 인구가 많은 주는 복수의 선거구를 둔다. 선거구별 선출인원은 최소 2인, 최대 38인으로, 평균적으로는 약 10.7명이다.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하면서 지지 후보를 지정할 수 있고, 선거구별 의석은 정당 지지율에 맞춰 배분한다. 하지만 권역으로 쪼개진 탓에 지지율보다 의석수가 낮은 정당이 나올 수 있는데, 그 부족분만큼을 보정의석을 사용해 나눠준다. 스웨덴의 보정의석은 349석 중 30석이다. 보정의석을 받은 정당은 당선자가 없는 지역에서 가장 득점이 높은 후보부터 당선시킨다. 결과적으로는 스웨덴 역시 네덜란드처럼 정당의 지지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키게 된다.



독일,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와 전면 비례대표제의 혼합

스웨덴 투표자 중에 지지 정당만이 아니라 지지 후보까지 지목하는 이는 20% 남짓이다. 인물에 비해 정당을 매우 선호하는 선거문화이기에 그나마 유지되는 제도일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지율-의석수 비례성을 한껏 높이면서도 인물 지지를 매우 중시하는 나라도 있다. 소선거구-단순다수제와 전국적 비례대표제를 다층형 선거제도에서 혼합한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전에는 독일도 스웨덴과 비슷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선거의 고비례성과 다당제 형성이 나치의 부상을 떠받친 토양으로 지목되면서 선거제 변동의 고비가 닥쳐온다. 우파인 기독민주당은 승전국인 미국, 영국처럼 소선거구-단순다수제를 채택하려 했고, 좌파인 사회민주당은 기존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선호했다. 캐스팅보트를 잡은 자유민주당은 소수정당의 존립에 유리한 비례대표제에 추를 올렸다. 결국 전체 의석은 비례대표제이면서, 일부 의석을 한 선거구에서 1등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단순다수제를 혼합시켰다. '1개 지역-1명 대표자' 체제를 원하는 유권자에게 매력적이다. 지역구 후보 난립 수준도 네덜란드, 스웨덴 등보다 훨씬 낮다. 독일식 제도는 종전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지율-의석수를 연동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제공했다. 뉴질랜드가 1996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은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와 달리, 유권자가 한 장이 아닌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를 고르는 투표지와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용지다. 소선거구제라서 지역구 투표에서 유권자는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 후보나 거대정당 후보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표를 그 후보의 정당을 지지하는 표로 계산해버리면, 소수정당의 설 자리는 비좁을 것이다. 그래서 따로 정당투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어떤 유권자들은 전면적인 소선거구-단순다수제나 다인선거구-비례대표제에서 나타날 수 없는 투표행태를 연출한다. 지지 후보의 소속정당과 지지 정당이 엇갈리는 '분할투표(split-ticket voting)'이다.

독일은 우선 의석의 절반을 지역구에, 나머지 반을 보정의석으로 할당한다. 독일식 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국회의원이 100명이고 지지율 10%인 정당이 있다 치자. 이 당은 소선거구제 때문에 지역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비례 원칙에 따르면 10석을 가져가야 하므로 보정의석 10석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지지율만큼의 의석수를 초과해버린 정당은 어떻게 되는가? 초과 의석도 인정된다.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수용해 지역구별 1위는 모두 당선이 확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지지율 대비 지역구 의석수가 적어서 보정의석을 받은 정당은 손해다. 총의석이 늘어나면서, 달리 말해 분모가 늘어나면서, 이런 정당이 얻은 의석수가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진다. 결국 이런 정당에게 추가로 보정의석을 줘서 지지율 대비 의석수를 맞추는 제도가 고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의석은 2회에 걸쳐 애초 설정보다 더 늘어난다.

독일 선거제도 전국이 단일선거구인 효과가 있다. 스웨덴처럼 보정의석을 만들어 다층 선거제도로 설계한 덕분이다. 하지만 독일의 보정의석 비중은 최소 절반으로 스웨덴에 비할 수 없이 크다. 스웨덴은 한 선거구에서 평균 10.7명을 뽑으며 이미 비례성을 상당히 충족한 반면, 소선거구인 독일은 지역구 선거 결과의 비례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완전히 지지율과 의석을 맞추기 위해 예정에 없던 초과 및 추가의석까지 생기는 것은 난점이다.

독일 선거제도에서 소수정당은 정당투표를 통해 자신이 지지받은 만큼 의석을 챙길 수 있지만, 대신 지역구에서 소수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 스웨덴, 네덜란드에는 없는 결점이다. 독일식 선거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가미하는 편이 공정하고 다원주의적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독일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독일 선거제도는 우파와 좌파가, 거대정당과 소수정당이 타협한 산물이다. 거대정당으로서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잡은 소선거구-단순다수제를, 이제 와 내려놓을 것 같지는 않다.


진입 장벽의 차이

비례대표제에서 의석을 배분할 때, 어느 정도의 기준을 넘은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 기준은 ‘지역구에서 x석 이상’이나 ‘정당 득표율 y% 이상’이다. 둘 모두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정당 득표율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터키처럼 10%인 나라는 소수정당, 특히 신생정당의 의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독일은 5%인데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스웨덴은 보다 더 너그럽다. 4% 이상을 얻은 정당은 전국 의석을 배분받는 1차 대상에 들어가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특정 선거구에서 12%를 얻으면 해당 선거구에서는 의석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아예 기준이 없다. 국회의원이 150명이라서, 대략 1/150(0.66...%)를 득표한 정당은 1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여러 정당이 하나의 정당연합을 꾸려 표를 모아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0.4% 지지를 받는 당과 0.3% 지지를 받는 당이 하나의 정당연합을 꾸리면 국회 150석 중 1석은 가지는 것이다. ‘전국 단일선거구’라는 특성과 맞물려 네덜란드는 소수정당에게 가장 유리한 선거제도를 가진 국가로 꼽힌다.


수학이 판치는 비례대표: 헤어 쿼터, 드룹 쿼터, 동트식, 생트라귀식

어떤 독자들은 근원적이고도 수학적인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헌데, 지지율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공식이 뭐지? 수학자들이 만든 다양한 공식이 있다. 첫째, 영국의 수학자 토마스 헤어가 만든 '헤어 쿼터(Hare Quota)'다. 의석수 × 지지율. 소수점 앞자리만큼 우선 배분한 다음, 잔여 의석은 소수점 뒷자리로 겨루어서 큰 순서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가령 8개 의석이 있는 선거구에서 A~D당이 각각 42%, 30%, 20%, 8%를 얻어 비례대표식으로 의석을 배분받는다고 치자. 헤어 쿼터식으로 계산하면 [표1]과 같다.


헤어 쿼터에는 두 난점이 있다. [표1]을 보면 8%를 가져간 D당이 1석을 얻었는데, 30%를 얻은 B당은 그 두 배인 2석에 그쳤다(배분 의석수가 넉넉하지 않을수록 정당간 득표율차와 의석수차 사이에 간극이 커진다). 두 번째, 선거구 의석수가 늘어난 상태에서 똑같은 지지율을 얻었는데도 확보 의석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다음을 보라. 위에서 D당은 8석을 놓고 8%를 얻어 헤어 쿼터 방식으로 1석을 챙겼다. 하지만 선거구 의석이 9석이 되면, D당은 [표2]와 같은 의석 배분을 통해 0석을 얻는다. 득표율은 그대로이고 의석수가 늘어났다면, 확보 의석도 늘거나 줄진 않아야 정상인데 말이다. 이 비정상을 ‘앨라배마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이 대목에서 ‘드룹 쿼터(Droop Quota)’ 방식이 나온다. 득표율에 의석수를 그냥 곱하는 것이 아니라 의석수에 1을 더해준 수를 곱하는 것이다. [표2]는 (의석수가 9석일 때 헤어 쿼터 방식을 쓴 결과를 드러냄과 동시에) 의석수가 8석인 상태에서 드룹 쿼터를 써서 나온 결과를 나타낸다. 드룹 쿼터를 썼더니 D당은 0석이 나왔고, [표1]에서 3석을 거둔 A당은 [표2]에서 4석을 얻었다. 드룹 쿼터는 헤어 쿼터에 비해, 다수정당에게 유리하고 소수정당에게 불리하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의석수와 지지율을 놓고 그대로 계산하지 않고, 한 석 한 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1)가장 많이 득표한 정당에게 1석을 배분한다. 2)1석을 배분받은 정당의 득표수는 2로 나누고 나서, 정당별 득표를 겨루어 그다음 의석을 배분한다. 3)2석을 배분받은 정당이 생기면 그 당의 득표수를 3으로 나누고 그다음 계산에 들어간다. 다음은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가운데, 8석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각 정당의 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 결과다.

[표3] 동트식 의석배분 예시
*괄호 안은 배분되는 의석의 순번

여기서도 비합리성을 발견할 수 있다. A당은 41.89%의 득표율(274/654)를 올리고 8석의 절반인 4석을 가져갔다. 보다 소수인 정당의 의석을 1석쯤 앗아간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C당이 가장 억울하지 않을까? C당의 득표수는 B당의 2/3에 가깝지만 의석수는 절반 수준이다. 또 C당은 D당의 두 배 가까이 얻었는데도 D당과 같은 의석을 얻었다.

이러다 보니 의석 배분에 쓰였던 ‘나눗수’의 수열을 ‘1, 2, 3, 4, 5...’가 아니라 더 널찍하게 벌려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시도가 나온다. 프랑스 태생의 수학자 앙드레 생트라귀(André Sainte-Laguë)는 수열을 ‘1, 3, 5, 7, 9...’로 잡았다. 생트라귀식은 동트식에 비해 소수정당에게 유리하다. 의석을 챙겨간 정당의 득표수를 나누는 수가 크기 때문이다. [표3]에서와 득표수가 같은 정당이 8석을 생트라귀식으로 배분한다고 가정하면 [표4]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동트식에서는 억울(?)하게 당한 C당이 생트라귀식에서는 2석으로 올라간다.


다만 생트라귀식은 거꾸로 소수정당이 과도하게 유리해진다는 우려를 산다. 그래서 수열을 ‘1.4, 3, 5, 7, 9...’로 잡는 사례도 있다. 이것을 ‘수정 생트라귀식’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득표수를 1.4로 나누어서 첫 의석을 배분한다. [표5]는 이에 따라 계산해서 의석을 배분한 결과다. 정당별 의석수는 같지만, 의석이 당으로 배분되는 차례가 다르다. 생트라귀식에서는 세 번째 의석이 득표수 3위인 C당의 첫 번째 의석이었지만, 수정-생트라귀식에서는 득표수 1위인 A당의 두 번째 의석이다. D당도 생트라귀식에서는 다섯 번째 의석이 자신의 첫 의석이었지만, 수정 생트라귀식에서는 일곱 번째 의석이 첫 의석이다. 수정-생트라귀식은 수열이 ‘1, 2, 3’인 동트식보다는 소수정당에 유리하지만, 생트라귀식보다는 소수정당에 좀 더 불리하다. 정치학계는 소수정당에게 가장 유리한 것으로 헤어 쿼터와 생트라귀식을 꼽는다.

네덜란드는 헤어 쿼터로 계산하되, 소수점 앞자리 의석만 그렇게 배분한 다음, 잔여 의석은 동트식으로 배분한다. 헤어 쿼터 사례로는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아이슬란드, 브라질, 벨기에(벨기에 수학자가 만든 동트식을 제치고!) 등이 있다. 드룹 쿼터는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 체코 등에서 택했다. 동트식을 쓰는 나라는 핀란드, 우루과이, 스위스, 이스라엘, 스페인, 아르헨티나, 칠레, 폴란드, 포르투갈, 수리남 등이다. 생트라귀식은 뉴질랜드, 라트비아에서, 수정 생트라귀식은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누구를 당선시킬 것인가: 후보별 득표와 정당 순번 사이에서

정당별로 의석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에 이어, 각 정당의 후보 가운데 누구를 당선시킬지가 남았다. 이스라엘처럼 정당이 순번을 지정해두고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제를 ‘폐쇄형 정당명부제’라고 한다. 콜롬비아, 포르투갈, 스페인, 남아공, 터키, 우루과이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후보자 개인의 득표로 우열을 가려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폐쇄형’은 당선 인물을 유권자가 고를 수 없어서 불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0인 선출 선거구에서 한 정당이 후보 5명을 출마시켜 20%의 지지율을 얻었다 치자. 2석을 배분받은 다음, 개인별 득표에서 당내 1, 2위를 차지한 후보 2명을 당선시킨다. 유권자가 정당별 의석뿐 아니라 개개인의 당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열어두고 있기에 ‘개방형 정당명부제’라고 불리운다. 핀란드, 브라질, 칠레, 페루, 폴란드에서 시행되고 있다.

개방형 정당명부에도 단점과 한계는 있다. 투표용지가 후보자 선택을 하지 않고도 정당만 찍을 수도 있도록 보장된 상태에서도, 유권자 다수가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고 정당에만 투표한다면? 특정 후보에게 그 정당 지지자의 표가 쏠린다면? 상당수 당내 출마자가 적은 표만을 얻으면서 ‘도토리 키재기’가 된다. 두 번째 문제점은 개인별 득표력을 따진 결과 여성, 장애인, 인구 적은 지역 출신 등이 저조한 득표로 대거 낙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변형 정당명부’가 등장한다. 후보별 득표와 당내 순번을 모두 고려하는 식이다. 네덜란드의 방식은 이렇다. 그 당의 총득표수에서 그 당이 얻은 의석수를 나눈다. 그리고 그 값의 1/4 이상을 얻은 후보는 1차적으로 모두 당선대상이 된다. 그 다음에도 남는 의석이 있다면 각 정당이 미리 정해둔 순번대로 당선시키는 것이다. 스웨덴은 기준이 다소 다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개인별 득표율이 7% 이상인 후보는 모두 당선시키고, 그 다음 남는 당내 의석은 당에서 정해둔 순번대로 당선시킨다.

독일은 미묘하다. 정당투표와 지역구 인물 투표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당투표에서는 정당만 찍을 수 있으므로 폐쇄형 정당명부제지만, 지역구에서는 인물에 투표하는 것이 보장된다. 그렇다고 개방형이나 가변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이 지역구 후보에게 보낸 표가 그 후보의 정당의 표로 계산되어 정당별 의석 배분에 쓰이진 않기 때문이다.

김수민 /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자 · 전)구미시의회 의원